동국대학교(교수)
동국대학교(교수)

우리 민족 역사상 지금처럼 잘 살았던 시대가 없었다. 유사 이래 최고의 국가적 부강과 번영을 누리며, 개인의 삶의 질도 윤택하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대한민국은 현대에 와서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의 동시적 성공이라는 기적을 일구어 오늘의 경제적 부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강대국의 제국주의 물결에 휘둘리며 국권을 상실하고, 해방 조국의 기쁨도 잠시일 뿐 국토 분단에 이은 전쟁에 의한 폐허, 그 이후 급속성장의 후유증 등으로 국가의 법치질서가 제대로 서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기득권·특권의 발호로 불공정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양극화가 심화되어 나라가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남북분단상황 아래서 진영논리를 앞세운 이념갈등은 사회전반의 온갖 갈등을 증폭시키며 국론분열을 극대화하여 남북 간의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사회 내에서도 분열과 갈등, 반목과 이반, 불신과 불통이 팽배한 사회가 통속화되어 천문학적 사회갈등비용을 지출하면서도 통합은 커녕 사회전반의 총체적 갈등과 분열현상이 증폭되고 있어서, 국론의 결집을 위한 사회대통합이 최대의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상태이다.

​이렇게 분열과 갈등이 첨예한 사회상황을 정치권에서는 여야 가 공생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사회갈등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이념이나 정책을 펼치며 후진 정치문화를 쏟아 내고 있으니, 이는 미래의 선진 대한민국을 희구하는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위험천만한 흐름이다.

정치권에 더 이상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정치불신시대를 살면서, 그래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국가대개혁을 통한 사회통합의 구조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처방은 우선 정치 선진화, 법치 행정, 사법부의 독립, 국민의 법의식의 개선, 시장의 공정성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분야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 중에도 근본적인 문제 즉, 사회전반에 만연한 각종 불공정 고리를 제거하여 공정이 담보된 자유로운 시민사회의 정립이 필요하다. 공정을 위해서는 각종 불공정거래 수단을 개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근원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공정 그 자체를 세운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각종 불평등구조를 제거해야 한다. 결국은 과도한 진입장벽을 쳐 놓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여 마치 현대판 음서제도와 같이 작동되는 직역에 대해 매서운 개혁을 통해 과감하게 그 병인을 도려내야 한다. 이처럼 기득권이 작동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여 대대손손 끼리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늘 자기들만의 이익을 얻는 이 고약한 구조를 깨트리고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조건의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과거 신분사회도 아닌 엄연한 계약사회인데, 특권신분의 세습을 위한 소위 강고한 환상형 또는 메트릭스형 스크럼을 짜 놓고 타인(?)은 제도적으로 접근이 차단되는 그런 구조는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재언의 여지가 없다. 그 중요한 자유가 만개하기 위해서는 법 앞에서 원칙적으로 만인의 평등이 보장되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는 국가가 후견적으로 보호하여 최소한의 균등한 기회보장을 해 주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기득권층이나 특권층이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물샐틈없이 그들만의 이익추구를 위한 전선을 형성하여 진군한다면 그 사회는 자유가 숨쉴 수 없으며, 마치 안락사를 원하는 식물인간처럼 그 사회는 식물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불평등구조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의료인력과 법조인력 양성구조에 관하여 그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사람은 누구나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고 권리가 아프면 법률가를 찾게 된다.

국가가 전문인력양성 및 관리에 대한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인적자원을 관리해야 하는데, 늘 주먹구구식 대증요법으로 대응하다 보니, 특히 의사와 법조인 양성체계는 곪아 터져서 정상화에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전문분야의 발전을 위한 R&D 투자, 전문분야의 사회적 수요와 세계적 흐름, 미래의 수요 예측 등을 통한 전문인력양성시스템의 착상이 시급하다. 의사도 법조인도 공공적 성격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데 상업성(?) 위주로 편제되는 현상에 그냥 떠밀려 가는듯한 정부정책은 애석하기 짝이 없다.

의사나 법조인 양성은 자율적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몇 가지 측면이 있다. 어떻게 하든지 적은 인원을 양성하여 그들의 기왕의 영업이익을 위한 파이를 유지 또는 넓히려는 영리정신이 팽배해 있으므로 이러한 이기심으로 무장한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와 타협한다는 것은 개혁의 포기이며 현재의 기득권을 오히려 용인하는 꼴이 된다.

의료인의 대폭 확대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OECD 통계 등을 원용할 정도의 정상적 의료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는 물론이고 간호사 등 의료인의 절대 수가 모자란다. 특히 지방의 경우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해당 전문의가 없어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이게 나라인가?

지방 공공의료원에 평범한 신임 전문의 초빙 연봉이 4억 원에 육박한다니 이게 될 말인가? 고액 연봉을 내 걸어도 의사를 구할 수 없어서 비인기(?)인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아예 폐과를 한 공공의료원이 셀 수 없이 많은 이 상황에서도 의대 정원 늘리면 총파업하겠다는 의사단체가 제정신이가?

그들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어버렸단 말인가? 양심과 위엄으로 의술을 베풀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며, 오직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서약하고 의사가 된 그들이 인류봉사는 고사하고 돈만 많이 벌겠다고 덤비면 그건 의료생태계의 붕괴이며 사회의 멸문을 조장하는 독약처방에 다름 아니다.

의사의 절대 수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당근책이 제시되어야 하느니, 전반적인 의료수가가 너무 저렴하다느니, 의료과실에 대한 면책이 필요하다느니 하면서 의사 증원을 반대한다는 뉴스는 바라보기만 해도 역겹다.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여! 너무 의료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국민을 업신여기면 안된다. 왜 의사증원을 반대하면서 파업을 하려 드는지 알만한 국민은 다 안다. 일단 의료인 파이를 키워 놓고 필수의료인력 양성 및 대우 등에 관한 것은 차후의 문제이다. 우선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법조인 양성에 대해서는 의사의 경우보다 더 심각하다. 현재 우리나라 판사, 검사, 변호사 숫자의 정확한 파악은 어려우나 판사 3,300여명, 검사 2,200여명, 변호사 32,000여 명으로 추산할 때, 검사·판사·변호사를 다 합쳐도 4만 명에 훨씬 모자란다.

판사 1인당 연간 재판 건수, 검사 1인당 사건 수사 건수, 변호사 1인당 사건 수임 건수 등을 놓고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호를 위하여 변호사는 물론이고, 특히 판검사는 대폭 증원해야 한다.

법조인 수 역시 OECD 통계를 원용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나라 판검사는 사건을 너무 많이 맡고 있다. 변호사의 경우도 편차는 심하지만 사건 총량이 이웃 일본 등에 비해 월등히 많으므로,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조인의 대폭 증원이 필요하다.

​현재 법조인 양성은 로스쿨에서 독점적으로 맡고 있는데, 이 또한 25개 로스쿨이 기득권을 갖고 고도화된 특권 카르텔을 형성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 로스쿨은 비싼 등록금, 진입장벽의 고도화, 법조인 양성권의 독점을 통해 특권을 형성하고 있다. 경력단절자, 사회적 약자 등의 로스쿨 진입이 어려우며, 로스쿨 지원자격, 전형방식이나 입시구조 자체가 극도로 폐쇄적이어서 권력이나 경제력을 가진 가정의 자녀들이 모이는 특권지대화 되어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으뜸이 되는 제도로 사회적 악평을 받고 있다.

로스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화, 전문화, 특성화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로스쿨 체제의 독점적 구조를 혁파하고 야간로스쿨 등 다양한 로스쿨 구조를 만들고, 학부 법과대학과의 연계를 통하여 학문으로서의 법학의 존립을 위한 협업과 분업체계도 갖추어서 법학교육과 법조인양성이 호혜적 체계화를 갖추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대한민국 선진법치주의를 선도할 수 있는 요람으로 재구성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스쿨 증원도 늘리고, 다양한 로스쿨 형태의 보완도 필요하다. 법학이 살아야 로스쿨이 살고 로스쿨이 살아야 법치주의가 살게 될 것이다.

​사회 전반의 총제척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현안인 의대와 로스쿨의 개혁의 성공을 통한 사회전분야의 개혁의 물고를 틀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의 공감은 물론이고 해당 직역과의 긴밀한 소통이 요망된다. 직역 내부의 반발을 뚫고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며 혁명적 개혁을 통한 대한민국 선진화를 기대한다.  

정용상(15기)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약력
2017. 1. - 2018. 12.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2017. 2. - 2019. 2. 민화협 공동의장
2015. 1. - 2017. 1. 한국법학원 부원장(2011.1-2013.1)
2012. 9. - 2018. 9.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2011. 1. - 2019. 2. 흥사단 통일운동본부 대표
2009. 2. - 2011. 3.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
2008. 2. - 2011. 2. 동국대학교 법과대학장 · 법무대학원장
2020.08.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정년퇴임
2020.09.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키르기즈스탄 비슈케크 유라시아대 석좌교수
2007년 법의 날 홍조근정훈장 수훈
2020년 법의 날 황조근정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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