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ROTC 15기)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정용상(ROTC 15기)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연말에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웬일인지 이런 뉴스를 시청하면 그냥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 하나는 청문회 광경이 너무도 치졸하고 저열한 모습이라는 점이다. 청문이 아니고 심문이나 고문인듯한 느낌이다. 청문위원인 국회의원은 청문 전부터 공직후보자를 마치 범인 다루듯 다그친다. 묻고 답하는 기회가 아니라 청문위원은 무차별 인식 공격을 퍼부으며 혼내고, 강압적으로 답변을 유도하면서 공직후보자의 혼을 빼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특히 정책 청문은 온대간대 없고, 오로지 인신공격성 신상털기식 청문회로 변질되어 청문회가 끝날 무렵에는 허무함을 느낀디. 다른 하나는, 공직후보자의 전문성 부족은 그렇다 치고, 그의 살아 온 과정이 너무도 서민의 삶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평범한 서민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범법, 불법, 위법, 탈법의 삶의 궤적을 보면서 아연실색한다. 해서는 안 될 일만 가려서 한 특수신분(?)의 삶의 과정이 너무도 심한 괴리를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정의 절차에 따른 청문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청문회 그 자체의 성격이나 운용행태에 대한 긍부양면이 있기는 하지만 청문회제도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그 제도적 취지를 잘 살려서 청문회 본연의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여, 공직후보자의 직무수행능력, 도덕성을 실효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리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인사청문제도의 이론적·논리적 배경이 되는 헌법상 국회의 권한 특히 그 중에서도 국정통제권에 관한 정함을 개관해 보면, 국회의 권한은 그 국가 특유의 정치적 환경과 권력분립 및 정부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국회의 권한으로는 입법권, 국가재정권, 국정통제권 등이 그 핵심 권한이다,

이 중에서 입법권과 재정권은 가장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국회의 권한이지만 오늘날 그 권한은 점점 축소되고 있는 반면에 국정통제권은 그 중요성이 증가 되고 있다.

종래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 및 그에 대한 견제장치에 대하여 충분한 고려없이 대통령중심제적인 헌정 현실을 반영하여 헌법상 부여된 대통령의 주요 권한을 대통령의 재량적 권한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의 다수파가 일치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여당 내부의 갈등은 곧 대통령의 주요공직자 임면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대통령과 국회다수파의 불일치가 초래될 경우에, 대통령의 주요공직자 임면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은 살아있는 헌법규범으로서 대통령과 국회의 다수파 사이에 정치적 타협의 기초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국회의 기본적 기능인 입법권은 정부제출법안을 통과시키는 기능으로 전락하여 국회가 통법부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서 이제 의회의 주된 기능은 견제 및 통제기능으로 그 중심축이 이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권력의 견제와 균형은 오히려 여당과 야당 간의 견제와 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공직자 임면에 대한 국회의 통제도 국회의 구성 구도에 따라서 그 제도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가 고위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회는 입법청문회, 감독청문회, 조사청문회, 인준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인준청문회의 한 유형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헌법에서 발전된 제도이다.

​인사청문회제도는 지위에 적합한 인물을 선택함으로써 헌법기관 구성에 있어서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국회의 행정부 및 사법부에 대한 통제기능을 강화할 수 있고, 청문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실현할 수 있따. 국회는 헌법에 의하여 그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공직후보자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실시하고, 그 밖에 법률상 인사청문의 대상인 공직후보자에 대해서는 소관상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실시한다.

​세상의 그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으나, 인사청문제도의 입법의 존재이유가 분명히 있끼 때문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입법적·제도적 문제점은 고치고, 운용상의 문제점은 조리나 국민감정에 맞게 잘 다듬어 나가면 될 것이다.

인사청문법이 결코 청문대상 고위공직후보자를 몰망신을 줘서 향 후 직무수행에서 리더십을 상실케 해서도 안되고, 청문위원의 입장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무슨 분풀이용으로 악용해서는 더 더욱 안된다. 인사청문제도의 활성화를 통한 입법의 목적 달성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첫째, 먼저 널리 훌륭한 인재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청문회 운영의 효율성을 따지기 전에, 먼저 훌륭한 인재를 구하는 기초단계에서의 노력과 수고가 요구된다. 근본적으로 애국심, 전문성, 통섭성, 희생정신, 친화력, 통합의 리더십을 극대화할 수 있는 풍부한 인문학적, 기초과학적, 윤리적 소양을 갖춘 민주시민정신의 소유자로서 가슴이 따듯한 준재를 찾아야 한다.

고위공직자가 될 자가 일반 시민의 경우보다 훨씬 하수인 도덕성과 품성을 가졌다면 청문회의 성격과 운영의 긍부를 떠나 국가적 비극이다. 예를 들어 국무위원의 경우 국정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통한 통섭적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의 협업과 분업의 정신으로 조화로운 결론 도출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과정에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소양과 품성을 갖춘 자를 물색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청문절차가 어떠하건 별무소득이 되고 말 것이다.

​둘째, 신상에 관한 청문절차는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 파죽지세의 신상털기식 인신공격성 청문회는 백해무익이다. 승패에 불문하고 청문과정에서 후보자에게 회복불능의 치명적인 인격파탄적·몰인격적 소나기 질문을 통하여 한 인격체의 생애 전부를 망가뜨리는 식의 저급한 청문은 삼가야 한다.

설사 청문절차를 통과하여 임명되더라도 치유불능의 상처와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권리보호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상에 관한 청문의 완전공개는 매우 위험하다.

셋쩨, 해당 직무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실체적 검증이 가능하도록 청문 시간을 늘려야 한다. 미국의 경우처럼 상시로 장시간 청문절차를 진행할 수는 없더라도, 시간만 지나면 된다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면 결국 그 손실은 국민에게 돌아올 뿐이다.

그야말로 후보자의 전문성을 검증함과 동시에 청문위원의 질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국민의 후보자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차원에서 이 부분은 공개함이 마땅하다. 청문기간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 청문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넷째, 청문 대상 공직자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특히 고위공직자 뿐만 아니라, 국가 주요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부의 독립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공공기관의 기관장 등에게도 청문대상에 포함하여 그 직책상 권한과 책임의식을 고취시키는 계기로 활용되어야 한다.

​다섯째, 국회와 대통령의 청문회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회는 청문회가 해당 청문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고유의 목적사항 중심으로 청문을 해야지 전혀 관계없는 정치적 사안과 연계하여 불가판정을 내리는 식의 청문회에 임하는 자세는 청문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또한 대통령은 청문결과를 존중하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사안에 대해서는 재송부 요청 이전에 청문결과에 대한 심사숙고를 하는 자세를 취하므로써 국회존중의 시그널을 주게 되고 그것은 결국 국회, 특히 야당의 발목잡기식 청문파행을 막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양방의 무언의 정치적 신사협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고위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자격과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운용의 주체가 제도의 취지를 몰각한체 정쟁의 도구로 삼아 버리면 그건 백년하청이다.

청문회는 사자후를 토하는 웅변경연장도 아니며, 고함치며 한풀이하는 굿판도 아니고, 모르쇠의 바보놀음을 하는 연극장도 아니다. 법(국회법, 인사청문회법)이 강행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제도를 우습게 보고 유야무야식으로 형해화시킨다면 그건 법 위반이며 직무태만에 다름 아니다. 누구도 법 위에서 법을 호령할 수 없다.

법을 준수하는 것, 입법의 정신과 입법의 이념을 잘 살펴서 제도의 효용을 극대화시켜 법치와 법의 지배를 일상화할 수 있는 모범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법을 존중하는 것이 국민을 섬기는 것이고, 나라를 위하는 길이며, 공정과 상식에 합치되는 법치주의의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다. 법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제대로 된 청문회 운영을 통하여 국민 앞에 시원한 정치, 산소같은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정용상(15기)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약력

​2017. 1. - 2018. 12.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2017. 2. - 2019. 2. 민화협 공동의장

2015. 1. - 2017. 1. 한국법학원 부원장(2011.1-2013.1)

2012. 9. - 2018. 9.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2011. 1. - 2019. 2. 흥사단 통일운동본부 대표

2009. 2. - 2011. 3.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

2008. 2. - 2011. 2. 동국대학교 법과대학장 · 법무대학원장

2020.08.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정년퇴임

2020.09.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키르기즈스탄 비슈케크 유라시아대 석좌교수

2007년 법의 날 홍조근정훈장 수훈

2020년 법의 날 황조근정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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